일본맥주일본유학일본생활기고
일본생활기고작가 릉제님이 첫번째 기고를 올려주셨습니다.
일본에서의 생활과 맛있는 맥주에 관한 감상과 소회를 공유하여 주셨습니다.

맥주를 사랑하는 유학생작가 릉제님의 첫번째 기고입니다.

 캄캄한 밤, 어둠에 몸을 눕혔다.
정적 속, 룸메이트의 타들어가는 담배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 소리만이 가득했다.
눈을 뜨면 얼룩진 얼굴에 도쿄의 별빛이 쏟아졌다. 도쿄는 신기하게도 별이 보이는 도시다.

매일 밤 나에게 주어진 도쿄의 밤하늘을 보며 내가 느낀 이 곳의 다양함은 거대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다양함의 숲이었다.
일본의 많은 것들 중 다양함이란 매력을 선사해주는 것은 단연 일본 맥주들이었다.

나는 원래 맥주를 많이 좋아한다.
대학에 입학 후 첫 아르바이트를 맥주Pub에서 시작했다.

마감 후 사장님께서 주신 시원한 맥주 한 잔의 맛을 잊지 못해 4년가까이 일하며 맥주의 환상에 젖어들었다.
좋은 맥주는 열심히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에 이번 기회에 일본의 맥주들을 차례대로 소개하려 한다.

(제가 직접 일본에서 맛보고 적는 글이니 믿어도 괜찮아요.)

이번 글에선 일본의 단연 으뜸인 에비스 맥주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영국의 속담 중 “맥주 공장 굴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선 맥주를 마시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요즘이야 교통이 발달하고 포장기법이 발달하여 괜찮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으니 최대한 공장 가까운 곳에서 만들자마나 빠르게 마시라는 얘기겠죠? 그리하여 나도 에비스 공장은 아니지만 에비스맥주박물관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간단히 역사부터 소개하자면 에비스는 삿포로 맥주의 전신인 대일본맥주에서 독일인 기술자 칼 카이저를 초빙하여 양조한 삿포로의 프리미엄 맥주이다.
에비스 맥주는 일본맥주양조회사(Japan Beer Brewery Company)의 것이었다.
그러나 삿포로, 아사히 등 일본의 여러 맥주 회사들이 1906년 합병을 하여 대일본 맥주 주식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던 중  1949년 독과점 금지법에 의해 대일본 맥주 주식회사는 아사히와 니폰맥주로 나뉘었고, 니폰 맥주가 삿포로 맥주로 다시 이름을 바꾼 뒤 에비스 맥주를 재생산하여 지금까지 이어져오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역사네요)

정통 독일식 맥주를 지향하는 프리미엄 맥주라는 인식이 있고 아사히 슈퍼 드라이나, 기린의 맥주 브랜드인 이치방 시보리에 비해 좀 더 비싸며,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와 비슷한 가격대이다.
그렇기에 기념일이나 특별한날 마신다는 이미지가 강하며 우리나라 스팸선물세트처럼 일본엔 에비스 선물세트가 있다.

 에비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 아저씨는 일본의 에비스 신으로 인도의 전설에서 부터 전해졌다. 불교와 도교가 융합한 무로마치 막부 시기에 일본에 정착한 칠복신(しちふくじん) 중 하나이다. 풍어[호오료오(豊漁)]와 사업번창의 신이다. 폰배경ㅋ


오늘 마신 더퍼펙트 에비스를 평가하자면 한 마디로 역시는 역시다.
쌀과 옥수수를 넣어 단가를 낮춘 쌀맥주나, (대표적으로 옥수수 분말을 넣은 삿포로맥주) 쌀맥주보다 원료의 사용량을 더욱 더 줄인 드라이 맥주, 그보다도 더 저가로 생산하는 <제 3맥주> 같은 것이 아닌, 원래 방식으로 생산되는 진짜 맥주다.

보리 홉 효모 물 4가지만을 사용하여 만들어낸 진짜맥주.
에비스 캔 겉면에 ‘바이에른 산 아로마가 가득한 맥아만을 100% 사용하여 깊은 맛 풍부한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맥주’ 라고 적혀있다.
그에 맞게 엄청 풍부한 맛이다. 15세기 독일에선 맥주는 맥주다워야 한다는 정신 하에 맥주 순수령을 법으로 선포했다.
에비스 맥주를 마시는 순간 맥주순수령이 선포되었을때의 맥주맛이 이런 맛이려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되게 깔끔하지만 나름의 묵직함이 느껴졌다.
탄산은 우리나라 맥주에 비해 센 편이 아니며 단맛은 거의 없고 쓴맛은 적당하다.
비유를 해보자면 뚱뚱하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이 정석의 자세로 빠르게 달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秋刀魚 꽁치의 계절이다. 단풍들은 벌써 이른아침 안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고 있다.
낙엽이 모두 떨어지기 전에 꽁치구이와 가을의 깊은 밤을 닮은 깊은 맛의 에비스 한잔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