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삼족오일본축구협회고구려
일본의 거리를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많은 까마귀들.
일본축구협회 마스코트조차 까마귀이다. 과연 일본인과 까마귀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까마귀로 만나 본 그 옛날 동북아의 역사이야기
일본축구협회삼족오

일본축구협회(JFA) 공식마스코트는 다름아닌 “세발 달린 까마귀”

기사 타이틀 “세발 달린 까마귀”를 보고 방사능 오염으로 희귀종의 까마귀인가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송구(?)스럽게도 아니다.
실재하는 까마귀도 아니다. 일본의 까마귀는 한국의 까마귀와 다를 것 없는 “두발 달린 까마귀”이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세발 달린 까마귀는 다름아닌 전설속의 까마귀이다.
눈여겨 보신 분들이라면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 전설속의 까마귀는 일본축구대표팀의 공식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기에는 흉물스럽고 때로는 불길하기까지한 까마귀가 축구대표팀의 공식마스코트라니.
그래서 까마귀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해보았다.

일본에는 왜 까마귀가 이리도 많은가?

일본에 처음 온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품는다.
“까마귀 징그럽게도 많네..”

한국 같으면, 사람이 사는 곳에서 왠만하면 보이질 않는 까마귀가 일본에는 왜 이리도 많은 것일까?
혹시 일본인은 한국인 못 느끼는 “어떤 특별한 감정”을 까마귀에게 느끼는 것일까?

이 물음에 답은 간단한 곳에 있다.
일본인에게 까마귀는 참새,비둘기,제비와 같이 항상 주변에 있는 새에 불과한것이지,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어서 많이 서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흉조”라고 오랜 옛날부터 까마귀를 배척하다보니, 자연스레 까마귀는 인간이 사는 세상과 거리를 두게 된것이다.
이런 한국인에게 “흉조”를 가까이 두는 일본이라는 세상이 이상하게 비추어지는것이다.

일본인이 까마귀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일본인은 까마귀가 신의 사자(使者)라는 고대신앙의 영향일까, 영물로 여기고 있다.
고대전설속 까마귀는 울음소리가 기괴하면 근처에 죽은사람이 있다고 믿었다.
아울러 감나무를 재배하면 마지막 감은 따질 않고 까마귀를 위해서 남겨 두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까마귀가 마지막 감을 따먹으면서 다음해에도 감나무의 혼령을 데리고 돌아와 풍작을 이루게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마지막감을 까치한테 준다고 해서 “까치밥”이라고 한다.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일상에서 자주보게 되는 까마귀에게도 그 영물스러움이 느껴진다.
인간이 버려논 쓰레기를 헤집거나, 어린아이나 여성이 먹을것을 들고 다니면 위협을 해서 빼앗아 달아난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을때가 많다.

세발달린 까마귀

그럼 세발달린 까마귀를 살펴보자.
세발달린 까마귀는 전설속에 나오는 까마귀로 한자로 삼족오(三足烏)라 하고 일본어로는 “야다가라스(やだがらす)”라고 한다.
이 특별한 까마귀는 고대 신무천황(神武天皇)이 정벌전쟁을 할때, 횃불을 들어 길을 안내했다고 하여 오랜세월 영험한 존재로 받들여졌다.
일본축구협회가 삼족오를 공식심볼로 한것 역시 이런 영리함과 용맹스러움을 차용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하나있다.
삼족오는 일본전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름아닌 우리 역사에서도 삼족오는 많이 등장하는 새로서 재야사학자들은 삼족오의 기원이 한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삼족오와 관련된 많은 전설과 설화가 있으나, 그중에서도 기억에 새로운 것이 10여년전쯤 방영된 MBC드라마 “주몽”에서 고구려를 일으킨 주몽이 두른 갑옷의 휘장문양이 삼족오였다는 점이다.
당시 삼족오는 일본과 같이 신의 사자이며 영험한 존재라서 고대 고구려 고분에는 수많은 삼족오벽화가 발견되었다.

재야사학자들이 말하는 “삼족오 한반도 기원설”이 사실이라면, 일본축구협회의 공식심볼은 한국에서 건너 간 삼족오가 아닌가하는 조금 발칙한 생각도 해본다.

한반도 이전에 중국에도 삼족오가?

삼족오 한반도 기원설이 사실이었으면 하는 작고 발칙한 바램뒤에, 혹시 한국과 일본말고도? 하는 생각이 떠올라 조사해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중국에도 삼족오는 있었다.

한술더떠 중국은 최소 서기3000년전에 존재했던 고대문명-양사오 문화의 유적지에서 태양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삼족오가 등장한다고 한다.
이런, 삼족오는 이미 중국이 기원이었군..하고 낙담을 하던 찰나에 중국의 묘사와는 조금 다른 한국의 삼족오 기록을 찾게 되었다.
다름아닌, 한반도의 삼족오는 중국과 일본의 그것과는 달리, 머리깃털이 공작처럼 길고 뒤로 말린 모양이라는 점이다.

고구려의 삼족오. 자세히 보면 머리 깃털이 길고 뒤로 말려있음을 알 수 있다

여하튼 삼족오는 한중일 고대역사에 가지는 상징적 의의가 거의 비슷하다.
바로 절대적인 힘을 상징하던 신 혹은 태양의 사자(使者) 혹은 그 자체였다는 말이다.

까마귀를 보는 눈이 달라지다

일본에는 왜 이리 까마귀가 많아? 부터 일본축구협회, 그리고 삼족오의 역사까지 두서없이 장황한 글을 썼지만, 나름 글을 쓰며 공부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이런 영험한 존재가 항상 우리집앞 쓰레기를 헤집고 있었군..하는 생각과 더불어 까마귀를 보는 눈도 달라지고 있었다.
자연과 환경이 인간에 의해 지배되고 개조되어가는 것이 당연한 현실에서 우리 마음대로 함부로 붙여버린 “까마귀 몹쓸녀석”이라는 딱지를 조금 떼주고 싶다는 생각마저든다.

재팬인포 편집부(kim-sh1104@worldjb.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