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바뀌며 새로운 시작하는, 담담한 마음을 글에 실어 주셨습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거주 하려면 비자가 필요했다.
1년 이상을 관광객의 신분으로 일본을 돌아다녔다
일본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을 했다.
관광지 보다는 평범한 주택가에 살면서,돈키호테보다는 슈퍼마켓에서 ‘신선코너’를 더 자주 들리며, 동네 목욕탕에 가고.. 가끔 줄서서 맛있는걸 먹으며..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동안의 저금을 까먹으면서….
어느날 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가,
“더이상 이런식으로는 입국한다면 나중에 입국이 거부될 수 도 있다”고 했다.
불법 체류의 가능성 및 위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게 아닌지 오해받을 수 있다며..
난 일본에서 살고싶은데…
하여 추려낸 방법은 몇가지.
- 결혼을 하던가 (상대가 없음)
- 회사를 차려 사장님이 되던가 (돈을 다쓰고 없음)
- 정사원으로 취직을 하던가 (정말 싫지만 그나마 가능성이 있음)
그리하여 제 3안으로 도전하기로.
탱자탱자 놀 수 있던 여유로운 생활은 끝나겠지만, 새로운 도전이 될거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설레었다.
사원증, 모닝커피, 박터지는 회의실.. 두통약 광고에서 많이 봤던 그 풍경들!
서둘러 채용공고를 찾아보았고, 면접날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리쿠르트 수트라는 굉장히 촌스럽지만 정석인 면접복장이 있는데,나는 그걸 준비 할 수 없었다. 아니 준비하고 싶지 않았다.
일본 친구들에게 듣기로는 면접 이후 전-혀 입을 일이 없다고 하고 자신들이 보기에도 무척 촌스럽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장비빨’ 이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사야하나.. 무척 망설였지만..
그냥 당시 가지고있던 가장 포멀한 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가기로 했다.
셔츠가 ‘시스루^^! 인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가지고 있는 제일 얌전한 옷인걸.
결론은 운이 좋았다.
처음 면접을 본 회사에 두어번 정도 면접을 더 보고나서 덜컥 내정을 받았다.
내 나와바리(?)인 동네와도 가까운 곳이고 친한 친구 역시 근처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첫 입사 날의 기억은 여긴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더이상 관광객의 신분이 아니라,짱 쿨하고 멋진 사회인!! 전문미(?)뿜뿜!
사회인 뽕이 가득차서 출근했던것으로 기억한다.
입사교육이 끝날때 즈음엔 지쳐버려 그 뽕이 푸슈슈 하고 다 빠져버렸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여기가 신도림인지 도쿄인지..
아침의 빽빽한 출근전차도, 점심시간의 사원증 걸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여기가 여의도인지 신도림인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사는곳 거기서 거기 라더니 정말 그런가? 싶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입사하는 사원들을 신졸(新卒)사원이라고 한다.
나같은 경우는 한국에서의 경력이 있어 중도채용 이라는 고용형태로 채용되었다.
비슷하지만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게 되는 거라 교육과 연수기간은 필수였지만.
퇴사하고 싶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직까지는 버텨볼만은 하다.
한량으로 지내던 시절이 너무 길어서 그런 듯 하지만.
이것이 OL의 숙명이라고 한다.
샐러리맨이 가장 센 캐릭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매일같이 이른시간에 출근해 사람과 일에 치이고, 회식 등으로 시달리고, 그걸 수년 수십년을 할수 있는 캐릭터라고.
나는 과연 시도도 못할 능력치라고 생각한다.
하여튼, 입사내정을 받았고,한국에 돌아가지 않아도 될 비자를 무사히 갱신했고,좋은 집으로 이사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회사에서도 월급값 만큼은 해내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주인의식, 애사심 까지는 아직 없고 생길지도 의문이지만, 돈주는게 아까운 사람이 되는 것만큼 사회인 자격 상실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한량마인드가 많이 남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게,너무나도 힘들지만 조금 더 이 OL놀이를 해보려고 한다.
일본에서 내가 해 볼수있는 경험이 늘어났다는 것이 조금은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