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바뀌며 새로운 시작하는, 담담한 마음을 글에 실어 주셨습니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무엇이 우선 순위인지.
입사까지 약 20일, 서둘러야 했다.
조금은 느끼고 있었다. 이 나라는 말로 ‘안되는걸 되게 ‘ 할 수 있는데가 아니라는 것을.
그런 사람들이 싫어서 이곳에 오기로 택했으니까.
준비는 철저하게
매뉴얼대로
이른바 FM대로.
이렇게 생각은 하고있었다..
비자의 발급,
부동산 방문, 두군데의 집을 봤다.
한적한 요요기, 조금 음침한 신주쿠 3쵸메 근처.
보증회사의 심사가 빠르게 진행되어, 입사 이전까지 입주가 가능한 곳은 신주쿠의 맨션이었다.
친한 친구가 걱정을 했다. 일본에서 제일 큰 환락가 가부키쵸 근처라며 위험하지 않겠냐며 말렸지만,
야, 나 이태원 살던 사람이야.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
근 1년간을 한국과 일본을 오가다보니
일본에서 대강 살던 곳의 짐도 많았다. 진짜 많았다.
드디어 이사날,
오후부터 방문한 청년들이 능숙하게 짐을 옮겼고,
나도 신주쿠를 향해 출발했다.
시골쥐의_서울상경기st.jpg
똘똘한 사람이 되고싶어서 작은 수첩에 체크리스트를 무수히도 적었다.
옷상의 갯수, 가전의 갯수, 몇 번 상자에 무엇이 들었는지, 쓰레기 버리기 등 야무져보였다.
다만 내가 잊은 기본중의 기본이 있었으니 ..
신주쿠의 새 집에 도착해 짐을 받고, 이사친구들은 안녕-
전기와 수도는 연결이 되어있었지만 물을 데워주는 가스는 연결이 되어있지 않았다.
8월의 끝자락이었지만, 역시 찬물 샤워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모지리 같은년…세상 똘똘한척은 지 혼자 다해놓고..
스스로 많이 자책했다.
욕을 많이 했고, 부모님께도 연락해 욕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정말 여기서 사는구나..
비자가 나왔고, 정식으로 거주 하고 일할 수 있으며, 세금도 내야한다니..
거쳐온 행정절차와 서류작업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서울과 비슷한 듯, 하지만 매뉴얼이 많은 서울의 느낌이 들었다
추레함.jpg
누울자리만 대강 정리하고 눈을 감은 새벽 2시쯤, 가부키쵸로 향하는 경찰차의 사이렌이 멀리서 들려왔다.
싱숭생숭한 새집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